<문장과 순간 - 박웅현>

저자 나탈리 골드버그(Natalie Goldberg)의 책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단순히 글쓰기를 안내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글쓰기를 삶의 한 과정으로 보고, 창작의 본질과 내면의 진정성을 탐구하도록 독자를 격려한다.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글쓰기란 단순히 단어를 엮어내는 기술적 행위가 아니라, 자신과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책은 글쓰기를 '삶과의 대화'로 정의한다. 글쓰기란 나 자신과 깊이 마주하고, 내면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과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두려워하지만, 저자는 이 두려움과 의심이야말로 우리가 극복해야 할 첫 번째 벽임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저자는 글쓰기의 목적을 '잘 쓰기'에 두지 않는다. 잘 쓰려고 노력할수록 글은 경직되고, 진정성은 사라진다. 대신, 무언가를 완벽히 쓰려는 욕심을 버리고 '그냥 쓰라'고 한다. 이 단순한 조언이 창작의 본질을 깨닫게 해준다. 진정성은 꾸며내지 않은 글 속에서 발견되는 법이다.
책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명상과 글쓰기의 접목이다. 저자는 불교의 선 사상을 기반으로 한 글쓰기 철학을 소개하며, 글쓰기를 명상처럼 생각하라고 권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적는 것, 그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과 직면하는 것이 중요하다. '쓰면서 멈추지 말라'는 그녀의 조언은 우리의 글쓰기 방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글쓰기에서 실천과 반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창작은 천재적인 순간의 번뜩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꾸준한 노력 속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하루에 10분이라도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은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자신만의 리듬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실패와 좌절은 당연한 것이며, 이는 글쓰기 자체가 주는 성장의 기회다.
나는 책을 읽으며 글쓰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글쓰기는 기술이 아니라 습관이다. 책을 통해 '매일 조금씩'이라는 실천의 힘을 믿게 되었고, 꾸준히 쓰는 과정에서 글쓰기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있는 중이다.
저자는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로 '자유'를 꼽는다. 자유롭게 쓰기 위해서는 글을 평가하거나 판단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우리는 종종 글을 쓰면서 스스로 검열하는데, 이러한 판단은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고, 결국엔 글을 쓰지 못하게 만든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글쓰기의 문턱은 한층 낮아진다. 중요한 것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완벽한 문장이 아니라, 진정성을 담은 글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글쓰기의 기술적 측면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글쓰기를 통해 삶과 연결되도록 돕는 데 있다. 저자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삶의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며, 더 나아가 타인과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글쓰기는 우리 안의 진실을 탐구하고, 그것을 세상과 나누는 과정이다.
이 책은 나에게 글쓰기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중요한 것은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쓰는 행위 자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단순히 글쓰기를 배우려는 사람 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이 책은 글쓰기를 통해 삶을 탐구하고, 자신과 세상을 잇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글쓰기는 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며, 우리의 내면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강력한 도구다.
쓰기는 그 자체로 우리의 내면과 세계를 연결하는 가장 아름다운 행위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나는 두려움 없이 용기를 내서 쓰기로 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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