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과 순간 - 박웅현>

뮤지션이자 작가인 요조의 산문집 <만지고 싶은 기분>은 일상 속에서 관계 맺음과 '만짐'의 의미를 섬세하게 탐구한 작품입니다. 제주에서 '책방무사'를 운영하는 요조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은 작가의 고유한 이야기를 책을 통해 풀어냅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거리 두기와 비대면 시대를 거치며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던 것들이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요. 저는 조금 더 차가워진 세상이 된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시렸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상대에게 다가가려는 노력과, 조심스럽게 곁을 내어주는 따뜻한 마음이 더욱 절실히 필요한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저자는 책에서 사람 간의 신체적 접촉, 즉 '만짐'에 주목합니다.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등의 행위는 단순한 스킨십을 넘어, 서로의 감정을 전달하고 관계를 깊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그려집니다. 그녀는 이러한 '만짐'이 주는 따뜻함과 다정함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닫게 합니다.
그는 동물과의 교감에서도 '만짐'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무릎에 앞발을 올리는 개나 몸을 붙이고 앉아 골골거리는 고양이의 행동을 통해 우리는 안정감과 행복을 느낍니다. 저자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동물과의 교감이 주는 위로와 치유의 힘을 이야기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거리 두기'와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친밀한 사이에서도 '만짐'을 자제해야 했던 시기를 회상합니다. 그녀는 자유롭게 만지고 교감할 수 있었던 날들을 그리워하며,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담담히 풀어냅니다. 부모님과 함께 요리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일상, 친구들과의 소소한 교류, 그리고 반려 동물과의 시간 등을 통해 그녀의 따뜻한 시선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어머니의 일기를 통해 느낀 미안함과 애틋함은 사랑하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의 관심은 개인적인 관계를 넘어 사회와 예술로 확장됩니다. 식생활에 대한 성찰, 환경 문제, 그리고 예술에 대한 고민 등을 통해 그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클럽 공연예술을 비하하는 시선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며, 예술의 가치와 사회적 인식을 되짚어봅니다.
요조의 섬세한 관찰과 따뜻한 시선이 담긴 산문집 <만지고 싶은 기분>은 일상 속에서 관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합니다. 저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며, 함께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는데요. 잠들기 전에 조금씩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요조의 위로를 받고 따뜻하고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조용한 공간에서 조용히 읽어 나가기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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